#손뜨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포근함
손 편, 기계 편
무더운 여름, 뜨개질은 무척 힘들고 곤혹스럽다.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마다 땀이 밴 손으로 실과 바늘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따뜻한 니트가 생각난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니트들을 꺼내 정리하다 문득 10여 년 전 장난처럼 했던 실험이 생각났다. 가느다란 실로 단순한 디자인과 무늬의 카디건 두 벌을 만들어야 했는데, 둘 다 손으로 뜨는 게 지루하기도 하고 빨리 작업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한 벌은 손 편으로, 한 벌은 기계 편으로 작업하기로 했다. 완성된 각각의 옷을 같이 놓고 보니 입체감부터 차이가 났다. 기계 편의 올발(씨실과 날실의 오라기)은 그야말로 찍은 듯 일정했고 얇게 눌려 있어 깔끔했다. 그러나 만졌을 때 딱딱하고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손 편은 올발도 나쁘지 않은데다 쿠션감과 부들거림에서 포근함과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아! 이래서 손 편이 좋았구나. 그렇기에 지금도 고집스럽게 손 편을 즐긴다. 올 여름이 무척 무더웠던 만큼 이번 겨울은 혹한이라 한다. 이 겨울,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포근함과 사랑을 담은 옷을 지어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건 어떨까?
니트 디자이너 임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