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까지 왔는데 경주 야경명소를 들르지 않고 돌아간다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 경주에서 야경하면 너무나 유명한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에 우리는 개방된 지 얼마 안 된 월정교와 경주 읍성을 더해보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지구 곳곳에 많은 조명들로 밝게 불을 켜, 능도 첨성대도 전부 예쁜 빛의 옷을 입는다.
올 해 개방된 경주의 야경, 월정교
지난 2월 개방된 월정교를 제대로 찍기 위해 해가 지기 전부터 돌다리에 자리를 잡았다. 월정교를 바라보며 건널 수 있는 돌다리는 두 줄로 깔려있고, 중간중간에 넓적한 돌이 있어서 서로 피해가거나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물이 얕기에 위험하진 않지만, 종종 돌다리에서 서로 피해주고 피하다가 물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도 이날 풍덩했다.
점점 어두워지며 월정교의 야경을 본격적으로 찍을 수 있는 시간대가 됐다. 지나가는 사람이 적을 때를 기다렸다가 한 컷 찍고, 다시 기다렸다가 또 한 컷 찍고, 그렇게 건진 사진 한 장...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일은 드물다. 완벽한 사진을 핑계삼아 다음에 또 오리라 마음을 먹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첨성대
두 번째로 찾은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다. 어렸을 때 가보고, TV에서만 보다 실제로 다시 보니 왠지 새롭기도 했다. 몇 번의 지진에도 꿋꿋하게 버텨 준 고마운 첨성대는 현재 동북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듯 하나 거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었다. 육안으로 그 변화를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벽돌들 사이사이 틈이 규칙적이지 않아 보였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딱 첨성대만 보였다. 낮에 보는 첨성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밤의 첨성대, 불빛의 색이 참 오묘하다. 너무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자주빛이 살짝 도는데 첨성대와 잘 어울린다. 천년을 꿋꿋하게 서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아프지 마, 첨성대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같지 않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동궁과 월지
분명 낮에 이 연못을 보았을 때, 이정도로 깨끗한 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떤 조명을 어떻게 설치했길래 이런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도록 한건지. 조명 담당하신 분이 누구인지 몰라도 정말 세계적인 실력자가 아닐까 싶다. 천천히 산책하듯 한 바퀴를 돌며 계속 사진을 담는데도, 한 발짝 옮기면 또 다른 근사한 풍광이 나와서 도저히 그만 찍을 수가 없었다.
천천히 주변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들어왔던 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감시간 막바지었음에도 잠시나마 구경하려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기대했었던 만큼이나 감동을 받아 시간내어 다녀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주의 심장부, 경주읍성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신라 이후 천년 경주의 상징, 경주읍성이다. 신라시대에는 왕궁이었던 월성이 중심이였다면, 고려시대 이후에는 읍성으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아직 경주읍성은 일부분만 복원 되었다. 해 뜨는 동쪽을 향해 서 있다해서 ‘향일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문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실제 읍성의 크기나 높이는 어마어마하며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다.
경주 읍성을 올라가는 계단은 왼쪽, 중앙, 그리고 오른쪽 총 세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계단 간격이 높고 경사가 있으니 주의해서 올라가야한다. 아쉬운 것은 휠체어가 올라가는 길이 없다는 점. 하지만 일단 올라서면 달빛과 어우러진 은은하고 아늑한 조명이 정취를 더한다.
경주는 낮과 밤 분위기가 다르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같은 곳을 비교하면서 감상해보는 걸 추천해 본다. 경주 여행 계획이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역사와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천년고도의 밤 정취를 만끽하는건 어떨까?
글쓴이: 서지연 작가
20여년간 방송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글들을 담아왔다. 사람들과 공간,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