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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리산,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

걷는 여행, 지리산 산책

 

 

잊고 있었던 엽서였다.

 

갑작스럽게 몇 달 전에 보낸 엽서가 뽑혔다는 전화를 받고는 신종 보이스 피싱이 아닌가 의심했다.

담당자 성함을 듣고, 자세한 일정과 촬영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촬영지를 내가 고르면 된 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런 불안은 사라졌지만. 주말로 계획된 여행에 동생과 가게 되었다. 동생과 둘 만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여러 여행지가 떠올랐다. 삭막한 도 시에서 멀리 벗어난, 자연에 가장 가까운, 싱그러운 푸름을 그대로 간직한 지리산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 가봤을 때 휴 양림과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고 화엄사와 이어져 있었다. 동생의 일정과 맞추니 여행은 밤 여행이 되었다. 취재 팀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신 덕에 밤 10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새벽 3시에 지리산에 도착하는, 2박 2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밤 여행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몇 곳의 휴게소와 요금소를 지나 는 동안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으로 졸리지가 않았다. 보슬보 슬 여름비의 기운이 보였지만 다행히도 많은 비는 내리지 않 았다.

 

나지막이 들리는 빗소리와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 악 소리는 멋진 여행의 서막이었다. 그렇게 차 안에서 취재 팀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어색함은 사라졌 다. 그리고 서서히 피곤이 피어날 즈음 도착지에 다다랐다.

 

 

 

 

밤의 산새 소리와 시원한 공기가 지리산에 도착했음을 실감 하게 해주었다.

다음 날 촬영 약속을 잡고 숙소로 들어갔다. 콘도 를 마주 보고 있는 호텔이었다.

매번 사이트에서 30년 전 방 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보고는 한 번도 묵은 적이 없는 곳이 었다.

 

역시 직접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과거로 회귀한 듯 한 느낌을 주는 방은 낡았다기보다는 친근한 부드러움을 간 직한 듯 했다. 유행하는 인테리어로 치장한 세련됨보다는 편 하게 몸을 쉴 수 있는 집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객실에 또 한 번 배려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찌를 듯이 얼굴을 때리는 햇살에 정신을 차리고 베 란다로 나가보니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산 냄새, 그리고 허 기진 배가 느껴졌다. 지리산의 아침 식사는 어떨까 기대하며 찾아간 식당은 1990년대의 목조 양식으로 지은 매력적인 곳 이었다. 벽부터 천장까지 목조로 된 홀은 그리운 기억을 떠 올리게 했다. 동생도 이런 건물은 오랜만이라 했다. 정성 들 여 만들고 꾸민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그곳은 현재에 존 재하는 과거처럼 이질적이지만 신선했다.

 

그곳에서 나는 미 국식 아침 식사를, 동생은 우거지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는 요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활기차게 시작하는 하루는 지리산의 산책로가 제격 인 것 같다. 각각의 콘도마다 산책로에 특색이 있는데 그중 에서 지리산의 산책로는 넓은 대지와 산이 이루는 조화가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한쪽에 낮게 쌓인 기와 돌담과 하 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침엽수들이 눈길을 빼앗는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돌에 시가 쓰여 있는, 테마 공원처럼 꾸 민 산책로와 화엄사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돌 하나하나에 쓰여 있는 시를 읽다 보면 피곤에 절 어 있던 몸과 마음이 위안을 얻는다.

 

틀린 글자를 하나 발견 했는데 그 실수마저도 즐거웠다. 화엄사 촬영을 마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메뉴는 지리산의 자랑거리인 산나물과, 인접해 있는 섬진강에서 잡 은 참게 매운탕이었다. 산뜻하게 무쳐 나온 산나물과 버섯 요리는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밥도둑이 라고 불리는 참게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식욕을 마구 자극 했다. 간장게장의 칼칼한 맛에 동생의 감탄이 이어졌다.

 

매운탕은 살이 꽉 차 단맛이 도는 참게에 칼칼한 국물, 그 속 에 시래기가 푸짐하게 어우러졌다. 참깨 향이 고소하게 나고 민물 새우가 식감을 자극하는 정말 맛있는 한 상이었다. 여 행을 가면 보통 콘도에 숙박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이용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맛본 참게 매운탕을 비롯해 시원 한 맛이 일품인 부추 재첩국과 육질이 두꺼운 안심 스테이크 는 산을 즐기러 왔다는 마음이 무색하게 별미 탐방으로 만 들어버렸다.

 

오감을 자극하는 지리산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내일은 떠나는 날이다. 내일의 촬영은 돌아가는 길에 기다리고 있는 주변 관광지로 정해졌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떠난 곳은 죽연마을이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용한 마을이 섬진강 옆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적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 그곳에 잠시 내려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조금 더 걸어 나가면 펼 쳐지는 탁 트인 강 풍경을 감상하며 멋진 풍경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바쁜 걸음을 옮겨 찾아간 곳은 수락폭포였다. 정오의 뜨거운 햇 살이 무색하게 이곳은 폭포의 물줄기로 인해 시원한 기운이 맴돌았다. 행락객으로 붐비는 곳에서 폭포는 활기를 띠고 더 시원한 바람과 물을 선사해주는 듯했다. 활기찬 폭포를 보니 덩달아 내 마음도 활기에 차오른다.

 

점점 지리산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올해 여름에 만난 지리산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접한 남원의 특산품 황진이 술은 다음에 가면 한 병 사 와야겠다. 산수유와 오미 자로 만든 이 술은 맛이 좋은 데다 가격까지 맘에 들었다. 멋진 기회에 좋은 분들과 함께한 즐거움이 가득한 여 행이었다.

 

친구들을 데리고 또 한 번 이곳 지리산에 올 것을 생 각하니 마음이 흐뭇해진다. 여름의 무더위가 무색한 청량한 지 리산 한 자락을 마음에 담아 돌아왔다. 사진은 보정 정도가 아니라 SF 기술을 써서 손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즐겁고 행 복했던 마음은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이런 좋은 기회를 주 신 한화리조트에 감사 인사를 올리며,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 아주시는 한화리조트/지리산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다음에 또 지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도 치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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