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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섬진강, 밤의 쌍계사

봄의 섬진강, 밤의 쌍계사

광양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필 무렵인 3월 초순부터 내 마음은 이미 하얗게 들썩인다. 구례 산동마을이 노란 산수유 꽃으로 범벅이 될 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지도를 보며 여행 일정을 짠다.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잇는 십리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는 4월이면 이윽고 내 몸도 섬진강 맑은 물가 어딘가에 머무르곤 했다. 한순간도 쉴 틈 없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며 제자랑에 열을 올리는 봄의 섬진강에 취할 요량으로 해마다 봄이면 섬진강을 찾곤 했다. 대충 따져도 열 번은 다녀온 셈이니, 이젠 지겨울 법도 한데 이놈의 ‘섬진강 병’은 가실 줄 모른다.


지난봄엔 좀 색다른 시도도 해봤다. 섬진강 19번국도를 자전거로 달려보리라 작정한 것이다. 고속버스 짐 칸에 자전거를 실으며 마음은 두근 반 세근 반이었다. ‘벚꽃 흩날리는 섬진강 길’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니…. 하지만 그 기대가 그야말로 ‘꿈속의 낭만’이었음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센 섬진강의 봄바람 때문이었다. 자동차로 다녀올 때는 몰랐다.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로 잔잔히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은 알고 보니 ‘협곡’이었고, 거센 바람을 뚫고 그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차라리 고행이었다.


결국 하동 읍내를 떠난 나와 내 자전거는 채 30킬로미터도 가지 못한 채 화개장터에서 여장을 풀어야 했다. 벚꽃이 만발한 화개장터 부근은 예의 수많은 상춘객으로 들끓었다. 이미 기진맥진해진 나는 웃돈을 주고라도 숙소를 잡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웬걸, 여관과 펜션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낮의 벚꽃 길을 점령했던 관광객들은 밤이 되자 모두들 거짓말처럼 섬진강을 떠났다. 사람이 모두 빠져나간 밤의 쌍계사 길에서 내 자전거 여행은 다시 꽃을 피웠다. 그 밤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잇는 길가에 핀 수백만 송이의 벚꽃은 모두 내 것이었다. 나는 몽롱하게 코를 찌르는 벚꽃 향기에 취해 그 길을 세 번이나 왕복했다. 적당한 높낮이와 완만한 굴곡이 있는 그 길은 자전거 타기에 천국이었다. 낮의 고행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바람마저 잦아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희디 흰 벚꽃들 사이로 주먹만 한 별들이 반짝였다. “죽어도 좋아.”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섬진강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나로서도 섬진강가에서 하룻밤을 묵은 일은 거의 없었다. 관광버스 여행객들과 마찬가지로 낮의 벚꽃만 한껏 탐닉하고 도망치듯 섬진강을 빠져나오곤 했던 것이다. 아마도 강바람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도 밤의 쌍계사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 채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를 찾게끔 한 인도자는 나를 기진맥진케 만든 섬진강의 거센 바람이었던 셈이다.


세상 어디에도 나를 반겨주는 이가 없다고 느껴질 때, 봄의 섬진강에 가보라. 모두가 떠난 밤, 외로움에 지친 강물과 나무와 별빛은 당신에게 모든 걸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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