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정성과 간절한 바람이 담긴 고마운 편지
서로,
마음을 물들이는 손편지
세월이 지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지가 있다. 한 시절을 정리하면서 찢어버려야 마땅한 꾹꾹 눌러 쓴 손글씨 뭉텅이. 지금은 곁에 없는 그 친구의 문장에서 한참 아름답게 꽃피우던 시기의 나를 발견한다. 손편지는 기억 속의 그 사람과 잊고 있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타이핑되어 있는 문서는 쉽게 휴지통으로 들어가지만 손으로 직접 쓴 글씨는 곁에 오래 남아 있다. 그것의 귀함을 잘 알고 있음에도 손편지를 쓰는 것은 더 이상 익숙한 일이 아니다. 그 사이 나는 캘리그래피 작가가 되어 손글씨로 책을 쓰고 수업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닿는 구절에 따뜻함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줍게 건네보고 싶다. 꾹꾹 눌러 글씨를 쓰며, 이 글씨가 정성 어린 마음과 온기 가득한 정감을 전하길 바라본다. 이 손편지 한 통이, 세월이 흘러도 쉽게 지울 수 없도록, 서로를 물들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함께 담아본다.
캘리그래피 작가 임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