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으로 담아보는 사랑과 정성, 가족과 나누고픈 이야기
송편 이야기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그릇에 차려진 음식이라도 맛이 없다는 뜻인데, 이와 관련된 일화는 이러하다. 남산골을 잠행 중이던 숙종이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에 이끌려 오두막 한 채에 다다랐다. 들창 사이로 엿보니 젊은 선비가 글을 읽고 새댁이 그 옆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한참 후 선비가 출출해하자 아내는 벽장 속에서 주발 뚜껑을 꺼냈다. 주발 뚜껑 속엔 송편이 두 개 있었는데 선비는 얼른 한 개를 집어먹더니 다른 하나도 입에 물었다. 숙종이 선비를 인정머리 없다고 생각하는 찰나, 선비가 물고 있던 송편을 새댁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새댁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겁게 송편을 받아먹었다. 이를 감명 깊게 본 숙종이 궁으로 돌아와서 송편을 찾았지만 수라간 나인들은 푼주(궁중 및 양반가의 식기)에 송편을 높게 괴어 큰 상에 올려 들여보냈다. 환상이 깨져 울컥 화가 치민 숙종은 송편 그릇을 내동댕이쳤고 여기에서 속담이 유래되었다. 그 해에 처음 수확한 올벼로 만들어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빌고 감사를 전하던 송편. 올해에는 가족들과 도란도란 모여 앉아 송편을 빚으면서 숙종과 송편 키스 일화를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추석이 되길 빌어본다.
푸드 칼럼니스트 고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