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새콤달콤 쌉싸름
팔방미인 유자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향하는 11월이 되면 여기저기 노란색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길에 늘어선 은행나무의 노란 은행잎과
앞마당 나무에 매달린 연노랑 모과들, 그리고 북적거리는 시
장 속의 울퉁불퉁한 노란 유자들.
유자는 껍질을 까도 큼직한 씨만 가득해 먹을 수 있는 과
육이 별로 없고, 먹는다 해도 시고 씁쓸할 뿐이다. 대신 껍질
과 과즙의 향은 향긋하면서도 쌉쌀하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낸
다. 때문에 차로 즐기기 참 좋은 과실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유자는 유자차로 더 익숙하다. 평소에 차를 즐긴다고는 할 수
없는 한국인이지만 겨울만큼은 집마다 큼직한 유자청 한 병씩
두고 자주 마시지 않는가.
아마도 옛날에는 한겨울에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구하기
힘들었을 테니, 유자차가 비타민 C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기름기 많은 음
식을 찾아 먹고, 깔끔한 후식용으로 상큼한 유자차를 찾지 않
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항상 크고 못생긴 병에 담긴 유자차
를 먹었던지라 딱히 고급차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생
각이 깨진 것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였다.
일본인들은 유자를 굉장히 좋아해서 즐기는 방법도 우리
나라보다 훨씬 다양했다. 폰즈 소스라는 일본식 초간장이 있
는데 보통 간장에 식초와 설탕 등을 섞어 만든 뒤, 샤브샤브나
탕 요리를 먹을 때 찍어 먹거나 샐러드나 요리의 드레싱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유자즙을 넣어 새콤한 맛과 향을 더
하는데 레몬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풍미를 낸다. 그리고 돼
지기름이 듬뿍 들어간 라멘에도 유자 껍질과 즙을 넣어 진하
고 묵직한 맛을 상큼한 유자 향으로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요즘도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큼직한 유자청을 한두
개씩 사가지고 간단다. 무겁지만 한국 유자청처럼 좋은 것도
없고, 팔방미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고 한다. 이제 마트에 가
보면 햇유자로 상큼하게 담가 파는 유자청이 많이 나와 있을
것이다. 한 병씩 사서 따뜻한 겨울, 그리고 맛있는 겨울을 보내
길 바란다.
+ 해바리마을 유자 비누 체험
남해 해바리마을은 유자를 처음 생산·보급한 곳으로, 유자 비누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피부 탄력과 아토피 예방에도 효과적인 유자 비누를 만들어보자. 이밖에도 해바리마을에는 다양한 농촌 체험이 가득하다.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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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10.4702.9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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