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광(부산귀농학교 귀농지원팀장)
자연의 풍요로움, 농부의 수고로움
가을은 결실의 계절.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들판에 서서 시원한 바람에 황금
물결치는 벼를 보고 있노라면 한 해 동안 고생했던 맘 눈 녹듯
사라지고 맘속에 풍요로움과 온화함이 가득 찬다. 손 모내기부
터 수십 번 농부의 손길을 거치고 우렁이의 왕성한 식욕, 흙 속
수많은 생명체의 활동을 더하여 햇볕, 바람, 물, 자연의 보살핌
속에 오늘의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자연이 주는 만큼만 거두어가는 날, 더 많이 생산하기 위
해 다른 생명을 해치거나 주변 생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조화
롭게 기계의 힘을 최소화하여 지은 소중한 결실. 벼를 베고 탈
곡해서 포대마다 가득가득 담아내니 흘린 땀방울도 막걸리 한
잔에 어울려 신명 나게 덩실덩실.
가을은 또한 비움의 계절.
텅 빈 논에 덩그러니 놓인 공룡 알처럼, 속을 다 털려버린 마당
뒤편 참깨 대처럼 비운 끝에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을 얻고 참
된 평화와 충만이 찾아온다. 가을녘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이
면 말끔하게 비워져가는 논과 밭, 그리고 훌훌 낙엽을 떨어내
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는 또 얼마만큼 욕심과 집착을 덜어
내며 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농부는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가장 소중한 직업.
모든 직업이 다 사라져도 살 수 있지만 농부가 없으면 어느 한
사람 살아갈 수 없다. 자동차, 휴대폰만으로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으니 농부는 이 세상을 살리는 천직이요, 성직이며, 자연은
이 모든 것을 품는 어머니라. 붉게 물든 단풍잎 닮은 어느 가을
저녁, 자연의 풍요로움과 농부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이 점점
많아지는 희망을 품는다.
거두어 넓어지는 하늘에는
맑은 햇빛이 타고,
이제 농부는
쉬어도 좋겠습니다.
박남수, <까만 씨가 박힌 가을을> 중에서
올해도 들녘 가득 노오랗게 익은 벼를 비우며
박남수 시인의 <까만 씨가 박힌 가을을>을 읊조린다.
+ 산적마을 다랭이논 벼 베기 소동
양평군 대석2리 마을 주차장에서 9월 24일 단 하루만 진행되는 행사로 다랭이논 벼 베기, 벼 이삭 지게 지기, 벼 타작 등 '전통 영농 체험'과 짚 체험, 쌀겨 페이스페인팅, 물총놀이 등 '산중놀이 체험', '산중들 밥뷔페'와 '새참 먹기' 등 풍성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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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77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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