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리조트

글 유현영(여행작가)

까르르
웃고 떠드는
경쾌한 울림

처음 보는 모양의 버섯과 산나물이 가득하던 산자락의 시장, 싱싱한 어패류와 삶은 문어가 꽃보다 예쁘던 바닷가의 시장도 떠오른다. 구 수한 가마솥 연기가 새벽을 열던 국밥집 골목 과 콩나물도 시루째, 젓갈도 항아리째 나와 있 던 푸짐한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떠올리면 군침 돌고 그리운 시장들을 찾아 갈 수 없을 때 집에서 50여 분 떨어진 도시의 오 일장으로 간다. 주머니에 손 찌르고 슬렁슬렁 구 경만 하려던 계획은 늘 실패로 끝난다. 고소한 기름 냄새에 이끌리거나 싱싱한 과일과 제철 채 소를 마주하면 자꾸만 지갑을 열게 된다. 뜨거운 김이 오르는 떡시루를 엎는 방앗간 앞에선 맛난 것 입에 넣어주시던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한복 집 유리창에 걸린 색동 한복 앞에선 먼 기억 속 아이였던 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참기름 냄새 가득한 시장 골목에 봄은 어디만큼 와 있을까?

시장 입구 슈퍼 앞 평상은 장 보러 온 사람, 장 보고 가는 사람들의 안부가 오가는 자리다. 슈퍼 옆 미장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마를 마는 손도 분주하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느라 입이 더 바쁜 풍경이 펼쳐진다. 머리에 핑크빛 보자기 단단하게 두르고 일어나는 할머니의 뒤 를 따라 장 골목으로 들어간다. 시장 상인들의 상점 앞으로 오늘은 할머니들의 함지박도 자리 를 잡는다. 공중전화 박스 옆, 약국의 계단참에 걸터앉아 펼쳐놓은 보따리 속에는 봄이 가득이 다.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란 노랫말 처럼 할머니들의 소쿠리에는 부지런히 캐온 나 물들이 담겼고, 향긋한 더덕과 두릅도 보인다.

연신 놀리는 손에서 냉이 뿌리도 뽀얗게 다듬 어지고 마늘 속껍질도 매끈하게 벗겨진다. "어 떻게 해먹어야 맛있어요?"하고 물으면 맛난 요 리법이 줄줄 나온다. 파라솔이 끝나는 자리에 는 바닥 가득 모종들과 꽃씨 봉투들이 펼쳐져 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것들이 틔워 올린 연 둣빛 싹에 봄이 다 온 것처럼 설렌다. 봄이 새 싹만 틔울까? 이것저것 봉투를 뒤집어보는 얼 굴에는 기대감도 환하게 피어난다. 트럭에 걸 린 꽃무늬 옷은 봄바람에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예전보다 조용해서 서운한 뻥튀기 기계 앞에서 튀긴 콩 한줌 받아 들고 걷는다. 손바닥에는 따 끈한 온기가, 입안에는 고소함이 가득 찬다. 군 대 간 아들 면회 다녀온다는 쪽지가 붙은 닭집 을 지나 국수집으로 간다. 잔치국수 한 그릇에 마음까지 데워지고 멸치육수까지 호로록 마시 고 나서는 길, 미용실 안은 여전히 왁자하고 달 달한 티타임 중이다.

"감 잘 열려요. 이만하면 좋지. 그리고 하나 만 심으면 잘 안 커. 둘을 심어야 서로 경쟁해서 잘 커요."

깔깔거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주머니 의 목소리가 경쾌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 울 림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보니, 알겠다. 시장에 봄이 왔다는 것을.

+ 평창올림픽시장

평창올림픽시장에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들이 넘친다. 태백산 맥의 정기를 듬뿍 받고 자란 고랭지 채소와 강원도의 개성 있는 특산물들이 잔뜩 펼쳐진다. 덕분에 골목골목을 스칠 때마다 소 소하지만 정겨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무시로 만난다.

문의 033.332.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