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민수 | '달팽이 목사' 혹은 '들꽃 목사'로 알려진 그는 최근작 <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 외 다수의 들꽃과 자연 관련 산문집을 냈다.
사진 박초월 | 스스로 바람의 흐름과 사람의 흐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담는 3流 사진가라 칭하는 그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www.sidesee.kr
후두둑
또로록
똑
비가
방울방울
연잎
위로
또르르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연잎에 튕겨 다시 하늘로 오르다 연잎에 다시 내려앉아 비이슬이 되어 방울방울 연못으로 떨어진다. 방울마다 물방울 보석인 듯 맑디맑다.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에 연밭 에 서면 속세에서 상처받은 마음은 물론이고, 더러워진 마음조차도 깨 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때든 그곳에 서는 일은 좋겠지 만,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좋다.
어릴 적에는 비가 오면 토란잎이나 연잎을 따서 머리에 쓰곤 했다. 토 란잎은 옷에 물이 들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고 어른들에게 꾸지람 을 들었지만, 연잎을 따서 모자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래서 햇빛 강한 날은 물론이고 비 오는 날이면 마음 놓고 연 잎을 한 장씩 따서 머리에 썼다. 제법 멋들어진 모자였다.
투명한 비닐우산 속에서 바라보는 물방울도 예쁘지만, 비닐우산을 통 통 치며 들려주는 빗소리는 여느 타악기가 따라올 수 없는 자연의 소 리였다. 연잎을 모자처럼 머리에 썼기에 비이슬이 맺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빗방울의 경쾌한 소리는 더 가깝게 들을 수 있었다. 연밭 사이로 난 둑길에 서면 사방에서 들려오는데, 이파리의 크기와 높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연잎에 앉았다가 비이슬이 되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비 오는 날만 누릴 수 있는 연밭의 사치다. 이런 날이면 눈과 귀가 동시에 밝아진다. 나와 같은 추억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우산을 벗어던지고 연잎을 한 장 따서 머리에 쓰고 싶어질 것이다.
+ 경주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왕자가 거처하던 '동궁'과 달빛이 물에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지'다. 특히 못 주변 에는 홍련, 백련 등이 식재된 연꽃 단지가 조성돼 있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는 연꽃에 반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위치: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 문의: 054-772-4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