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 사진 강봉옥(생태사진작가)
희어서 더욱 붉어지리라
겨울 추위가 매서울수록 동백꽃의 붉은빛은 더 강해진다
동백꽃은 원색이 없는 겨울, 혹은 아직 대지에 원색의 향연이 벌어지기 전에 새빨간 빛으로 피어나는 꽃이어서 설렘을 동반한다. 심지어 겨울 추위가 매서울수록 동백꽃의 붉은빛은 더 강해진다고 한다. 하얀 겨울과 새빨간 꽃! 그 극단적인 대비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꽃이 아니어도 동백나무가 사랑받을 이유는 더 있다. 물론 꽃 아름답기로 동백만 한 나무도 없지만, 사철 푸르른 그 도톰한 잎사귀의 매력도 놓칠 수 없다. 햇살 닿으면 도톰한 잎새의 표면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반짝이는 잎새 위로 춤추듯 흐르는 빛의 물결을 좇는 건 나무와 더불어 살며 만끽할 수 있는 크디큰 행복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동백나무의 절정은 낙화 장면에 있다. 싱그러운 노란 꽃술 그대로를 보듬어 안고 무너앉는 새빨간 꽃송이의 추락은 숨막힐 듯 황홀하다. 우주의 시간을 멎게 할 만큼 신비로운 낙화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려면 홀로 서 있는 나무보다 무리 지어 자라는 동백나무숲을 찾는 게 좋다.
수도권 가장 가까이에 찾아갈 수 있는 동백나무숲으로는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이 첫손에 꼽힌다. 바닷가 낮은 언덕의 이 숲에는 100그루 가까이 되는 동백나무가 어울려 자라고 있다. 오래된 동백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숲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쳐서 숲 안으로 들어설 수는 없지만, 동백꽃을 이처럼 풍성하게 만날 수 있는 숲은 흔치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백나무를 향한 사람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세계적으로 이미 250여 종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모습을 가진 새 품종이 끊임없이 선발되고 있다. 이 겨울, 동백나무의 빨간 꽃송이를 찾아보고, 숲에서 그의 찬란한 낙화를 희망처럼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설렘이 겨울바람보다 빠르게 가슴에 스민다.
마량리 동백나무숲
500년이 넘은 동백나무가 자라는 숲은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됐다. 언덕 위 동백정에 오르면 서해안의 서정적인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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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충남 서천군 서면 서인로 235번길 103
· 문의: 041-952-7999(동백정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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