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홍렬의 힐링 트립
TV와 책, 하물며 음식과 음악, 여행까지 힐링 키워드가 뜨겁다. 전쟁같은 일상에서 구멍 난 가슴을 한 방에 채울 왕도가 있겠냐 마는, 가끔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회복의 시간이 절실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열심히 쉴 줄도 아는 법.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이홍렬과 함께 플라자CC 용인을 찾았다. 벌써부터 들리지 않는가, 그의 유쾌한 웃음이.
글 옥혜정 사진 임학현
休 • 자연이 주는 건강한 회복
입동이 지난 초겨울의 어느 날, 개그맨 이홍렬을 만났다. 변함없는 웃음과 특유의 입담 으로 유쾌하게 촬영팀을 맞이한 이홍렬은 일주일에 한번 라운딩을 나갈 정도로 골프 를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 전용 골프공을 챙겨 온 것을 보니 그의 골프 사랑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홍렬은 평소 골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람들과 친목을 다진다고. 굳이 골프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에게 잘 맞 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그가 제안하는 첫 번째 힐링이다. 운동을 통 해 심신을 단련하고 쌓여 있는 피로를 푸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처음 골프장에 왔을 때 놀랐던 것은 좋은 경치였어요. 이제껏 자기들끼리 누리고 있었다니 억울한 생각이 들 정도였죠. 보세요. 바람, 나무, 갈대 참 좋죠?” 그가 골프를 더욱 사랑하는 이유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고 넓게 펼쳐져 있는 필드 위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 다는 점은 골프만의 매력이다. 홀을 향해 공을 치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도 있으며, 4~5시간 동안 몰입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 역시 그가 골프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플라자CC 용인은 타이거 코스와 라이온 코스의 2가지 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오늘 그의 일행은 라이온 코스에서 라운딩을 했다. 이 코스는 타이거 코스에 비해 페어웨이 가 짧은 편으로 18홀의 코스 중 적절히 난코스가 배치되어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이홍렬은 이를 플라자CC 용인의 매력으로 꼽았다. 뻔하고 쉬운 코스는 오히려 흥미를 잃는다는 것. 그의 도전정신은 악명 높은 9번 홀에서 더욱 불타올랐는데, 일행들과 함 께 앞 뒤를 다투며 플레이에 매진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진지함은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이내 웃음으로 바뀐다. 비싼 운동은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 며, 무조건 즐겁게 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건, 이 홍렬은 이홍렬인 것이다.
잘나가던 예전보다 여유로운 지금이 더 행복하다.
笑 • 웃음과 여유로 충전하는 삶
라운딩을 마친 뒤 이홍렬이 두 번째 힐링 장소로 선택한 곳은 용인의 한적한 카페. 운 동 후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차 한잔의 소소한 여유를 즐긴다고 한다. 운동으로 피로를 푼 뒤 그동안의 여담을 지인들과 나눈다는 것. 방송에서뿐 아니 라 평소에도 말 많기로 소문난 이홍렬은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수다로 푸는 것도 자기 나름의 힐링법이라고 말한다. “꽁하고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면 속병이 나잖아요. 그렇다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고마운 마음, 섭섭했던 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 기하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얻게 되죠.” ‘두 잔의 차를 마셨을 때 당신은 친구가 되고, 세 잔의 차를 마셨을 때 당신은 우리의 가 족이 된다’는 말처럼 따뜻한 차와 솔직한 대화는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좋은 회복제가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그는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을 챙긴다. 오랫동안 방송생활을 하 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이홍렬은 쉼이 없었던 예전 보다는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차 한잔을 들고 나서 그가 향한 곳은 2층의 갤러리였다. ‘생명과 치유’를 주제로 국내의 유명 작가의 작품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직업을 갖 고 있는 이홍렬에게 모든 것들은 개그 소재이자 배움거리다. 기회가 생길 때면 미술 작 품을 감상하고 연극을 관람하는 등을 통해 끊임없는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방송 인도 하나의 예술가이기에, 감성을 충전하는 문화활동은 그에게 중요하고도 즐거운 일이다.
情 • 채움보다 중요한 나눔
나눔은 최근 그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모든 프로그램을 내려놓고 부산에서 서울 까지 국토종단을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어린이 재단을 27년째 후원하고 있는 이홍 렬은 전국을 걸어 다니며 기부된 후원금으로 아프리카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200대의 자전거를 선물했다. 국토종단을 하는 한 달 동안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 아프리카에 서 연을 맺은 어린이들을 통해 그는 진정한 힐링을 체험했다고 한다. “우리들은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에요. 혼자서 살 순 없어요. 서로가 서로를 돕는 거죠.” 겉으로 보이는 위트보다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깊은 그는 이러한 경험 통해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과 나눔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애써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 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는 소박 하지만 특별하다.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는 그와의 하루는 참으로 따뜻하고 유쾌했다. 여유와 웃음, 나눔으로 충만한 이홍렬. 그가 벌써부터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