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태안반도로 가보자. 월동을 앞둔 새우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라면 대하구이를 먹으며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고, 부부라면 사랑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귀밑머리 희끗한 노부부는 지난 세월의 애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 대하구이를 먹을 때면 남녀 간의 사랑이 떠오른다.
하나씩 대하 껍질을 벗겨주며 먹는 모습이 그 이유 중 하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대하에 담긴 부부의 백년해로 이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수염이 긴 바다 새우를 대하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바다 해(海) 자에, 늙을 로(老) 자를 써서 해로(海老), 즉 에비라고 한다. 바다의 노인이라는 뜻이다.
부부가 평생을 함께 늙어가며 즐겁게 산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의 ‘해로’와 발음이 같다.
그 때문에 새우는 옛날부터 부부 사이의 금실을 상징해왔다. 일본 사람들의 결혼식에 새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우리 풍속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미술품 중에 바다 새우를 그린 그림이 있는데 주로 결혼 잔치나 회갑연을 기념하는 작품에 새우를 그려 넣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만 깊다고 부부가 해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부 사이에 서로 예절을 지켜야 한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기 때문인지 우리 조상들은 새우를 보고 ‘예의범절’을 떠올렸다.
“물고기도 조개도 아닌 새우 / 바다에서 나는 것이 어여쁘다 / 껍질은 붉은 띠 두른 듯하고 / 엉긴 살결은 눈처럼 하얗다 / 얇은 껍질은 종이 한 장 두께지만 / 기다란 수염은 몇 자나 된다 / 몸을 굽혀 서로 예절을 차리니 / 맛보면 오히려 도(道)가 살찌겠구나”
고려 말의 학자 이색(李穡)이 남긴 시로, 새우의 굽은 등을 보고 서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군자의 도리를 아는 해산물인 새우를 먹으면 정신 수양이 될 것 같다고 읊은 것이니 부부 사이의 예절도 절로 깊어지리라. ‘옛말 그른 데 없다’는 속담을 믿는다면, 그리고 사랑을 굳게 다지고 싶다면 올가을 태안으로 가보자.
태안 안면도 대하축제
가을이 되면 싱싱한 대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대하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대하 시식회와 먹을거리
즐기기 등 체험 행사를 비롯해 치어리더 공연, 난타 공연, 백사장전국가요제, 국내 인기가수 초청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축제 기간 중에는 요즘 제철을 맞은 태안산 대하, 꽃게, 전어 외에도 전복, 우럭 등 각종
자연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글쓴이 윤덕노는,
매일경제 신문기자 출신이며 미식가인 그는 25년간 기자 생활 중 가는 곳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요리 관련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리고 신문기자 생활을 정리한 뒤 음식의 기원과 유래, 그리고 관련 스토리
등을 발굴해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음식잡학사전>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등을 펴내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