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동흰여울길은 사실 누군가에겐 특별한 감흥이 없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산항 앞 바다를 마당으로 두고 높은 언덕배기에 형성된 자그마한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곳을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알록달록 칠해진 집들이 빼곡이 앉아 있고, 어느집 작은 대문 앞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골목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모양새가 제법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마을 앞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목을 걷다보면 누군가가 널어놓은 빨래가 바닷바람에 펄럭이고, 따스한 햇볕 아래 잠들어 있는 길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만나기도 하며, 마주치는 누군가와 눈인사를 나누게 되기도 합니다. 산토리니만큼의 화려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달그락거리는 살림 소리와 두런두런 말소리가 정감 있는 곳입니다.